썰매의 죽음 이후 whale


썰매가 죽은 뒤 20일이 지난 7월22일, 어린이대공원에 찾아갔다. 얼음이는 홀로 해양동물 전시관을 지키고 있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사진과 안내문을 통해 썰매의 부고를 알리고 있었고, 혼자 남은 얼음이가 외롭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썰매를 떠나보내고 난 사흘 뒤, 눈물을 꾹 참고 말하던 사육사가 생각난다. 비가 참 지겹게도, 땅이 꺼지도록 오던 날이었다.   

얼음이는 아직 전시관 내실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거 같았다. 외부 전시관에는 얼음이의 배설물이 몇 군데 떨어져 있다. 이날도 얼음이는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약 7~8미터의 똑같은 지점을 반복해서 왔다갔다 했다. 옛날에는 썰매가 앞다리 뻗고 엎어져 있으면, 옆에서 긴 혀를 내밀어 햝아주곤 했는데.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날씨였는데, 소나기가 내리더니, 강한 햇빛이 내리쬈다. 북극곰 전시관에도 누런 햇빛이 쏟아졌다. 얼음이는 여전이 A와 B 지점을 반복하고 있고. 그러다가 윗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훌쩍 쳐다봤다. 그래, 내가 너를 2년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단다. 반갑다, 얼음아. 잘 있지?

얼음이는 겁이 많다. 썰매와 함께 있을 때, 뭐든 썰매가 먼저 하면 이것저것 살피다가 겨우 따라 했다. 헤엄치는 걸 두어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썰매는 첨벙 들어가는데, 얼음이는 들어갈마 말까 고민하다가 위에서 A지점과 B지점을 왔다갔다 하는 행동으로 돌아갔다. 

얼음이는 이날도 물에 들어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불안한 포즈로 물에 내려가 물만 마시고 돌아왔다. 그러다가 다시 물에 내려갔다. 얼음이는 썰매처럼 네 다리를 활짝 펴고 헤엄치지 않았다. 그냥 네 다리로 짚고 서서,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   

썰매와 얼음이는 지금은 폐쇄된 경남 마산의 돝섬 유원지 동물원 때부터 함께 살았던 커플이다. 1980년대 초반에 이 동물원이 개장됐으니, 20년 넘게 같이 살아온 것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건, 썰매와 얼음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는 거다. 이 동물원이 1990년대에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대공원도 마산에서 왔다는 것말고 아는 게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아니면 북극 야생에서 잡힌 채로 이곳에 공수되어 온 걸까?



덧글

  • 애쉬 2012/07/22 19:55 # 답글

    우주에서 온 흰 곰 두마리... 한 마리 귀환 ;ㅅ; 슬프네요

    썰매 좋은데 가길 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얼음이 잘 보살펴 줬으면 합니다. 얼음아 기운내
  • fandg 2012/07/22 21:14 # 답글

    북극에서 살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 淸嵐☆ 2012/07/22 22:48 # 답글

    재작년에 어린이대공원 갔던 기억이 나서 그 때 사진을 봤어요.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도 두 마리가 같이 물에 안 들어오고 있다가 한 마리가 먼저 들어오니 따라 들어오던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ㅅ;
    포스팅을 보고 나서 둘이 같이 찍힌 사진을 보니 뭉클하네요 ;_;
  • fandg 2012/07/23 11:17 # 답글

    얼음이가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썰매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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