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얼음이는 철문을 쾅쾅쾅 쳤습니다 *archive

 
썰매와 얼음이는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해 내가 매일 오후 어린이대공원으로 산책을 갈 때 만난 북극곰이다. 나는 매일 출석도장을 찍듯, 해양동물 전시관에서 가서 두 북극곰의 사진을 찍고, 때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집에 돌아왔다. 한번은 두 북극곰의 소식이 궁금해 따로 취재를 요청해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기후변화와 야생 북극곰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사진 모델로 썰매와 얼음이를 썼다. 

과거의 인연-

그런 인연이 있던 썰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고, 잠깐 아연했었다. 생명면 마감일을 이틀 남기고 있었는데, 다른 기사를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에 취재 협조를 요청하고, 2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얼음이와 썰매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긴 시간 정이 들었던 어린이대공원 스태프들도 울적해 있었던 거 같다. 무거운 공기가 대지에 내려앉듯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질감이 지금도 선명하다. 동물관리팀장인 수의사님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셨다.

스태프들의 걱정은 겁 많은 얼음이가 전시관 내실로 들어와주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썰매가 하고나서야 따라 하던 얼음이였기 때문에, 얼음이는 썰매가 죽은 뒤엔 어두운 내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먹을 것을 안에다 두어도 밖에서 밤을 샜다. 

해양동물 전시관 내실로 들어가, 밖에서 내실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소리를 들은 얼음이가 밖에서 다가왔다. 하지만 얼굴만 내밀고 살펴볼 뿐, 얼음이는 안에 들어오질 않았다.(기사의 사진은 그때 장면이다) 얼음이를 관리하는 스태프들은 시시티브를 통해 저녁 행동을 관찰한 뒤에 방법을 강구해봐야 하겠다고 했다. 얼음이는 썰매 없는 세상을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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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동물복지에 관해서 가장 논란이 되는 동물이 북극곰, 돌고래, 코끼리이다. 북극곰은 수백~수천 킬로미터를 다니는 넓은 서식영역과 북극의 기후조건이 동물원과 맞지 않다는 점에서, 돌고래는 하루 수십~수백 킬로미터는 다니는 장거리 유영 동물이자 고도의 사회생활를 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코끼리 또한 장례 풍습을 지닐 정도로 고도의 사회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원 전시에 부적합한 종으로 평가받는다. 

돌고래는 <프리윌리>의 범고래 케이코와 최근에 터키 앞바다에 방사된 톰과 미샤 등 수십 차례 바다로 야생방사된 전통이 있고, 코끼리의 경우, 몇 년 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코끼리 '매기'가 따뜻한 미국 본토의 동물 생추어리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북극곰은 아직 특별한 사례가 없다. 야생방사를 하려고 해도 북극 자체가 기후변화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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