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는 이미 가을이었다. 하늘을 제외하곤 대지의 거개는 노랗고 붉은 빛이었다. 바람은 겨울처럼 세차게 불었다. 가끔씩 하늘에서 봄비 같은 게 흩뿌렸다. 링로드에서 벗어나 후세이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아이슬란드 말 가족이 눈에 띄었다.
"지금 찍어두자. 계속 미루다간 여행 끝날 때까지 안 찍겠다"
아이슬란드 말은 참 순하게 생겼다. 징기스칸이 타고 다니는 말, 그런 전사적 이미지가 아니라 초원의 채식주의자 같은 느낌이 난다. 바람에 갈귀가 휘날리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차를 세우고 말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자 말들도 내 곁으로 다가왔다. 누가 봐도 확연한 한 가족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식 둘.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말들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냥 도망가지 않고 계속 붙어 있었다. 가끔씩 비가 흩뿌리고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마치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말하는 듯 했다. 특히 아빠처럼 보이는 말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가족 대표로서 우릴 좀 데려가달라고. 쓰다듬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시늉만 했다.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고 있는데, 말들이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빠 말이 헹헹 하며 쫓아왔다. 왜 가냐고, 오랜만에 왔는데, 하는 것 같았다. 말이 멀어질 때까지, 아빠 말은 전속력으로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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